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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과민증후군

작성자 : 참클래스 조회수 : 63 날짜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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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순간

아래 글은 오래 전에 써둔 글이다. 야심차게 초등 반을 개설했던 때였다. 의욕이 넘쳤던 만큼 곤욕도 치렀던 것 같다.
이제는 고등부를 전담하는 학원으로 변모한 상황에서, 새삼 별의별 일도 겪었던 기억을 하게 된다.
일은 극복의 과정이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준다.
지금은 정기노선 셔틀 운행을 하지 않지만 학원경영에서 차지하는 셔틀운행의 비중은 크다.
지금과 같은 부정기적 노선 셔틀운행을 하는 계기는 이 때 벌어졌다.


셔틀 탑승 걱정

한 번 시작된 일은 뒤로도 시비가 이어졌다.
BB는 우리 학원 다닌 지 이제 3개월 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었는데 학원에서 곧장 6분이면 오는 아파트에 살았다.
일주일 두 번 오는 수업중에 수요일 하루는 학교 정문에서 학원차를 태워달라고 했다.
집에서 오는 때보다 더 가까워서 사거리 신호등만 하나 제치면 바로 오는 거리였다.
흔한 말로 붕하니 페달 한 번 밟으면 횡하니 학원에 도착할 수 거리였다.

BB엄마가 수업 시작할 때마다 전화를 걸어올까 겁이 났다. 기사에게 전달해야 하는 나도 시달리고 지쳤다.
"아니 어떻게 된 거예요, 원장님? 수업이 3시30분 시작인데 31분에 차를 타면은?"
이렇게 전화가 걸려왔다. 시비를 삼는 일은 모두 차를 정확하게 타는 시간의 문제였다.
수업내용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 최후통첩하는 발언이 마구 나왔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학원 못 보내요. 정말."
내가 보기에는 관용할만한 일이라고 여겼더라도 학부모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기사님도 누군가의 아빠

기사가 하는 말을 들어 보았다. 아파트 정문에서 22분에 타야하는데 BB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시작할 수업시간은 정해져 있고 무한정 기다려줄 수도 없는 기사도 곤란하다.
기사는 학부모 민원에 따른 원장의 지시 때문에 마음을 편히 놓을 수 없다.
더 곤란한 일은 매번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차에 태워야 하는 게 반복되면 차 출발이 늦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득이 출발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 차에 타는 모든 학생을 만족시켜야 한다.

제시간에 나와서 다른 학생은 이상 없이 학원 차를 타고 온다.
약속된 승차 시간을 어긴 학생은 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고정 장소를 바꾸고 학교 앞 아니면 집 앞 아니면 어느 다른 학원 앞으로 탑승 장소를 바꿔가는 일도 더러 있지만
특별한 경우만 허용된다.

이 번 경우는 기사님이 다시 돌아가서 태우고 왔다고 한다. 비록 늦어지긴 했지만 수업에 참여하도록 애를 쓴 것.
그러나 엄마는 그렇게 된 탓을 기사 잘못으로만 따졌다. 아이가 차를 놓친 문제는 제쳐두고서.
아마도 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던 모양인데, 그 때마다 기사가 밝히기는 어려웠고 넘어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앞 뒤 사정을 살펴 판단해 보니까, 아이 입장만 또는 엄마 주장만 따라가다 보면 기사들은 '나쁜 사람' 이 되어버린다.
이럴 때 기사들은 난처한 처지에 빠진다. 학부모 민원이 쌓일수록 학원측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심지어 일자리까지 염려한다. 이건 속으로 삭힐 고통이다.


복종하는 아이

오늘 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 보았다. 강사가 수업을 허술하게 하고 주어진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문제다.
학부모가 수업 시작이 늦어진 걸 지적하는 일은 백번 맞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통째로 한 시간이나 30분이나 까먹은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다.
"알아보고 다시 전화 주세요. 오늘 늦어진 이유를 알아보고요."
BB엄마의 명령은 무거웠다. 이에 응대를 하자면 변명을 늘어놓게 마련이다.
회피하는 심정에 빠져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담임강사에게 곧장 화살이 날아간 모양이다.
교실 밖으로 나온 강사는 이미 얼굴이 노랗게 떠 있었다. 엄마의 명령이 떨어지고 있었다.
"당장 학원에서 나와!"

강사로부터 전달받은 엄마의 철수 명령에 따라 학생도 교실 밖으로 나와 있었다.
나는 학생 손에 택시비를 쥐어 주었다. 학생은 그걸 또 받아야 하는지 어쩔 줄 모르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냥 걸어서 와." 앙칼지게 엄마의 목소리가 새나왔다. 허락을 받으려는 아이한테 엄마의 명령은 단호했다.
이제 학원을 끊겠다는 결정도 내려버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고등학교 2학년 오빠도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차 문제로, 그러니까 셔틀 운행 때문에 얽힌 타래는 이렇게 결말을 짓고 말았다.

불똥이 튄 것이 더 문제였다. BB 학생의 오빠도 엄마의 명령을 받고 수업을 중단한 것이다.
수업 받는 당사자 학생이 싫어서 또는 다른 필요가 생겨 학원을 그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한 것이다.
가차 없이 학원을 끊어 버리는 엄마 결심 뒤에 아이들 처지는 안중에도 없어야 될까?

BB엄마가 전화를 걸어올 때마다 늘 앞에 토를 다는 말이 생각난다.
"수업 잘하고 실력있는 학원이라고 그게 다는 아니에요."
그 분은 수업뿐만 아니라 차타는 시간 하나, 잠시 몇 분 어겨서도 안 된다는 절칙을 고수하는 분, 한시도 눈을 팔지 않는 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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